벌레
글 /메라니
초여름이 무르익어가는 날
푸릇한 이파리 하나 나뭇가지에 대롱거린다
그 위로 기어가는 벌레 한 마리
사르르 기어가듯 오름에
햇살 기대고 싶은 마음 바람도 심술부린다
지난해 만나던 나뭇가지 위 벌레 한 마리
해 거름에 잠시 이별하던 순간 떠나서
벌레 이름으로 나의 삶의 기어오름을 한다
게으름으로 기어가는 듯
세월 속에서 잠시 쉬었다 또 다른 세상 향한
굼벵이 같은 걸음걸이로 모든 시간을 잡아둔다
벌레
벌레라는 이름 나를 비웃기라도 한다
천천히 검어 쥔 발길로
한 걸음 한걸음 디뎌보는 세상이 만만치 않을까?
돌아서려 망설이다 다시금 발길로 재촉한다
푸른 세상도 어두운 발걸음도 벌레에게는
이유없이 걸어가는 슬픔마져 없는 길인 것 같다
나도 벌레가 사는 삶을 닮고 싶다
밟히면 꿈틀거릴 때마다
움직이는 세상으로 들어가고 싶다
2019 5 2 아침에
기어가는 벌레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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