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사랑 삶의 야이기

벌레

洪 儻 [홍 당] 2019. 5. 4. 11:22

 

벌레

글 /메라니

 

초여름이 무르익어가는 날

푸릇한 이파리 하나 나뭇가지에 대롱거린다

그 위로 기어가는 벌레 한 마리

사르르 기어가듯 오름에

햇살 기대고 싶은 마음 바람도 심술부린다

 

지난해 만나던 나뭇가지 위 벌레 한 마리

해 거름에 잠시 이별하던 순간 떠나서

벌레 이름으로 나의  삶의  기어오름을 한다

게으름으로 기어가는 듯

세월 속에서 잠시 쉬었다  또 다른 세상 향한

굼벵이 같은 걸음걸이로 모든 시간을 잡아둔다

 

벌레

벌레라는 이름 나를 비웃기라도 한다

천천히  검어 쥔 발길로

한 걸음 한걸음 디뎌보는 세상이 만만치 않을까?

돌아서려  망설이다 다시금 발길로 재촉한다

 

푸른 세상도 어두운 발걸음도 벌레에게는

이유없이 걸어가는 슬픔마져 없는 길인 것 같다

나도 벌레가 사는 삶을  닮고 싶다

 

밟히면 꿈틀거릴 때마다

움직이는 세상으로 들어가고 싶다

 

2019  5  2  아침에

기어가는 벌레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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