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사랑 삶의 야이기

법관과 메라니

洪 儻 [홍 당] 2019. 4. 18. 06:50

법관과 메라니

글/ 메라니

 

그러니까 결혼하고 한의원을  아침 일어나 출근하고

약 짓고 약 달임을 아저씨에게 부탁한 후

약 배 달나 가 침놓고 약 구입하고

정말 발이 열개라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새벽 여명이 밝기 전 꼭두새벽에  친정아버지께서 문을 두드리셨다

엉엉 우시면서 이글 좀 읽어 보아라 하시는 것이다

종잇장 하나 들고 덜덜 떠시며 우리 집으로 오신 아빠게

진정시켜드리는 한약차를 한 잔드리고 종이장을 읽어내려 간 메라니

 

정신이 몽롱해졌다

법원에서 날아온 최후통첩이었다

언니가 초창기에 롯데라면회사에 근저당 잡힌 후 

사업이 안 되어 최후통첩이 되기까지

아빠에게 놀라실까  말을 못 꺼내고는 급기야 이런 일이...

 

걱정 마시라고 해놓고는 법원으로 달렸다

그 시절엔 토요 날은 반공일이라 했다

우선 등기 소안으로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며

종잇장 하나 씩 들고 이리저리 알아보려고 애 쓰고 있었다

오늘 지나고 일요일 지나고 다음날에 월요 날이 면

아빠의 거금짜리 땅이 날아가는 날이온다

내앞에 신문 읽고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종잇장을 보여주려 했더니

그 남자 왈!

 

아줌마!

내가 아줌마 그런 거나 알려주려고 법 공부했는 줄 알아

하는 것이었다

어허라! "이 것 봐라.""

야 이? 아! 잘 듣거라

여기에 오신 신사 숙녀 여러분!

"제 말씀 들어봐요.""

이 사람요? 아니 이 사람과 이 남자 식솔들 모두를

우리가 내는 비싼 세금으로 먹여 살립니다

"일 부려 먹으란 겁니다 .""뭐 잘못했니?

하고는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부르르 떠는 것이었다

 

그때

뒷자리 회전의자에 앉아있는 남자 왈!

 비서인지 모르지만 통해서 법관과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우선 아주머님께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자네 진심으로 사과를 드려라

하시는 겁니다

 

아닙니다 사과로 끝날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경위서 쓰고 반성하는 기회로 잠시 출근도장 찍지 못하게 하셔야죠

나도 덩달아 부들부들 떨리는 마음으로 말을 이어갔다

 

우리 수원시민들이 피를 모아낸 세금입니다

저런 남자는 월급을 줄 수가 없지요

저요 무식합니다 법을 몰라요 그래서 가르쳐달라고 했던 것이고요

하지만 부장님께서 제가 자택으로 갔다고 합시다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고 하면 저 보다 잘 끓이시겠는지요

저는요 주부입니다 된장찌개 끓이라 하면 맛있게 끓여냅니다 요리사거든요

그 순간 주위는 웃음과 숨죽임들이 교차하며 잘한다 잘해  ㅎㅎㅎㅎ

물론 그 남자 사과를 깊이 반성한다는 말과 함께 화해를 했죠

제가 뭐 잘난 여자도 아닌데요 ㅎㅎㅎ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시간상 이만 줄이겠어요

저 남자 보고해보라 하시죠 엉망진창으로 끓여 낼 겁니다

법 앞에선  무식하지만 나 역시  잘하는 것도 있답니다 했지요

 

2019  4  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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