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사랑 삶의 야이기

차례 상[ 삶의 이야기]

洪 儻 [홍 당] 2022. 2. 2. 13:26

제목/ 차례 상[ 삶의 이야기]

글/ 홍 사랑

 

설이 다가왔다

해마다 설날이 되면 홍 사랑은 여행을 떠난다

하루 전날 아들에게 두둑한 용돈 타고 딸내미도 한몫으로 보낸다

나의 생일날에도 하루 전 전국 투어를 떠난다

올해엔 눈이 너무 쏟아져 아들이 막무가내로 말려 주춤했다 

설이 지나고 나면 떠나시라 한다

며늘아기 소원은 어머님 생신 한번 차려 드리는 게 소원이라 한다

속으로는 좋으면서 겉으로는 내색을 한다

말 한마디로 생색을 낸다는 거다

 

시집오던 날  한마디로 내 생일날은 늘 여행을 떠나니 그리 알거라

그리고 나 죽고 나면 오전 죽으면 그날 화장하고 

오후에 죽으면 이튿날 바로 화장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죽고 난 후면 제사 지내는 일도 없애라고 부탁했다

행여 제삿날 간절한 생각이 나면 

평소 좋아하던 블랙커피 한잔 쟁반에 올리고 

주방 테이블 위 놓으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다녀갈게라고요

풍습이지 혹시나 숨을 쉴까? 해서 삼일 장을 지내는 거지 

편히 떠나는 마음이 앞선다 이웃이 흉보면 어쪌거고 아니면 말지?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아침 모시러 온다고 하는 아들 말에 와야 안 간다 했더니

차례 상 물리고 떡국도 안 먹고 엄마 좋아하는 것 

곶감과 산 자 영양 떡 알 밤 그리고 북어 세 마리는 

언제나 아버지 제일이던 추석이든 설이 되면 엄마 몫으로 갖고 온다

 

육 해 공을 못 먹으니 채소만 즐기고  과일도 바나나와 토마토 외 사절이다

아침 기상하여 샤워를 끝내고 고구마 한 개와 커피 한잔 내린 것으로 

설을 쇤 홍 사랑

점심은 굶고 저녁은 건너는 일상에 올해엔 한번 배 터지게 먹을 심산이다

하지만 간 이식 후 

줄인 배를 채우기엔 배 터진 꼴을 못 보는 홍 사랑 

다시금 쌍둥이 남동생이 내일 오면 싹쓸이 해 간다

 

어제 녹두 분말 구입한 홍 사랑

친구에게 묵은 지 한 포기 얻고 내일 녹두 전을 만들기로 준비해둔다

콩나물하고 우엉 채 썰고 쪽파 얹고 고사리와 우엉도 넣는다

기름치고 바삭바삭 노릇노릇하게 부치면 곁에서 누가? ㅎ ㅎ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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