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사랑 삶의 야이기

앞집 남자[ 삶의 이야기]

洪 儻 [홍 당] 2023. 11. 23. 09:57

제목/ 앞집 남자[ 삶의 이야기]

글/ 홍당

 

첫사랑 이야기 들어내면 한사코  그런 일 없다 한다

나의 첫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러니까 내가  25세 때 일이다

앞집에는 어느 낯선 남자가 잠시 쉬어가고 싶다고 

그 집 아주머님께서 우리 엄마께 이야기를 하셨다

 

나는 귀가 솔깃하여 이야기를 정신 줄 놓고 들었다

광주에서 왔는데 고시를 보러 왔다고 한다

엥!!! 사법 고시를? 웬일이야? 

나는 그날부터 그 남자 모습을 보기 위하여 

아침저녁으로 문밖을 바라보는 시간에 쫓기듯 

무엇 하나 일이 손쉽게 잡히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착하게 생긴 그 남자는 와이셔스를 입은 채 

팔은 거두고 한 팔엔 책 한 권 들고 한걸음 한걸음 

발길을 떼어 놓고 사라졌다

괜한 걱정하고 궁금한 마음 설렘은 접은 채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으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남자는 내게로 다가와 머리를 숙여 

꾸벅 인사를 한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그에게 목례를 했다

그 이후 그 남자는 이렇다 할 이유 없이 

나를 만나면 미소로 다가온다

미숙한 모습이 더욱더 매력을 발산한 채...

 

그러던 어느날

그러면 안된다고 말을 하면서 고시 시험을 보고

좋은 성적을 내고 나면 

나에게 청혼을 하리라 생각이 든다 한다

나는 지금은 아무런 생각을 하면 안된다고 하며 

부모님 생각을 하라고 했다 

 

농사를 짓는 부모님께 좋은 소식을 

들려주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나는 매몰차게 한마디 했다

도전하는 정신을 갖고 

좋은 성적을 내기 전엔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하고 말이다

 

세월은 흘러 흘러 어느덧 한 계절이 지나고 

그 남자는 고시 시험을 보고는 짐을 챙겨 떠났다

사연을 가득 채워 편지한 장 남긴 채 떠났다

그동안 무척 사랑을 원했다고?

나를 알고는 하나같이 일들이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 사연을 듣고는 남의 자식 앞날을 내가 망친 꼴이 되겠구나?

하는 죄 의식을 가져야만 했다

 

하지만 

그를 사랑한 마음의 죄는 

나 역시 그를 사랑했구나? 하고

영원한 첫사랑 이야기로 끝은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