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랑의 ·詩

내고향집

洪 儻 [홍 당] 2017. 9. 7. 06:50


오랜만에 고향 집 찾아
무심코 들른 집
함석지붕 모자 비스듬히 눌러쓴
대문엔
노란 봉투 부음이 꽂혀있고
댓돌까지 덮은 잡초 속 뒹구는
빈 술병 옆
만월표 고무신 한 짝
무너진 부뚜막에 걸린 무쇠 솥
시름되어 쌓인 먼지가 나를 슬프게 합니다

흔적 남은 장독대
서걱이는 댓바람 소리
찢긴 문풍지 나 돌아다니고
풀썩 주저앉은 툇마루
기둥에 걸린 씨오쟁이
꽃 피는 봄날
기다리다 지치고
세월 옷 벗은 문틀 위
빛바랜 부적 엄나무 가지 위 엄숙합니다

낯 선 인기 척
잡초에 가려 자라지 못하고
늙은 옥수수 댓 잎들
하늘오를 고개 듭니다

숨겨 온 슬픔
장맛비 따라온 어리석은 모래무지
춤추는 치러 무리 만나러
서둘러 천렵이라도 갔는지
세월 비 바람속
꺼질 줄 모르고 타 오르던
추억의 불빛
가슴 속 뜨거운 피 되어 고입니다
홍당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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