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랑의 ·詩

아프지 말자

洪 儻 [홍 당] 2017. 12. 5. 09:38

제목/아프지 말자
글/홍당

짙은 구름이 겨울 풍경을
안으려고 하늘을 삼키려 듭니다
밤잠을 꼬박 새우며
나는 소녀시절로 돌아가
독서시간과 벗이 되려고
애써보는 측은한 모습입니다


두 눈은 충혈되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지고
양볼엔 깊게 패인 주름이
메마른 땅에 비를 기다리듯

가끔 바르던
로션의 도움을 청합니다


화장기 없는 몰골
가죽 겉으로 번져가는
대중교통 같이 몰리는
인생살이가 확실한 증거로 남을 거라는
안쓰러운 나의 짧은 목을 조르며
하루가 흐릅니다


쌀밥 대용으로 감자를
커피 대신 약을 먹기 위해 마셔야 하는
생명을 이어주는 물 한 모금으로
목을 타고 내장까지 흘러내리고
얼마 있으면 걸러내고 남은 찌꺼기가
몸 밖으로 외출합니다


이렇게 반복되는 병상에서의 생활
짧은 여행을 떠난 모습같이
희망 실어 보고 싶으리만치 지루하기만 합니다
마치
변을 참으면 병이 생기는 것 같은 진저리가 쳐집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한 삶을 살고 싶은
하루를 새롭게 설계하는 창문을 활짝 열어봅니다


2017 12 5 병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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