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유리병에 가을을 담고 싶다
글/ 홍 당
유리병에 가을을 닮고 싶다
갈색 단풍 닮은 가을처럼
내 마음 물들이고 싶어 합니다
뜨겁도록 열정으로 가득 채운
노오 단풍 따라 떠나고 싶어 합니다
짙게 물들인 추상에 계절 속으로
붉게 타 오르는 수줍은 모습 되어
갈 꽃잎도 덩달아서 미소 짓고 싶어 합니다
시간이 빚어낸 아쉬움들만이
소리 없는 가을로 깊어만 갑니다
낮게 걸린 담 너머 홍시는
결실을 잉태하고
봄부터 담가 놓은 어머님의 장 맛
새끼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볼 때마다
어머님이 그리워 가슴 한 편으로 눈물 흘립니다
석류는 알알이 터질 듯 얄밉게 입 벌려
빨갛게 익어 간 속살을 드러냅니다
텃밭 유자나무 열매도
유리병을 가득 채워놓고 잠들고 싶어 합니다
내 작은 모습도
내 짧은 일생도
가을 햇살에 기대어 숨을 몰아쉽니다
2018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