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랑의 ·詩

2017년 10월 2일 오전 05:40

洪 儻 [홍 당] 2017. 10. 2. 05:40

추석이 다가옵니다
이웃집에도 아랫마을에도
추석은 참 좋은 명절입니다
할머니는 장날에 가을 것 이를 모아 모아서
쌈짓돈 챙기려 나가십니다

할아버지는 윷놀이하는 아랫마을로 마실 가십니다
일등으로 황소 한 마리를 올려놓았다는 말에 솔깃하여
소싯적 실력을 발휘하고 싶은 충동으로 건너갑니다


며늘아기는 시집온 첫해 맞은 추석을 친정집 가훈을 버리고
시댁 어르신들에 한 마디 한마디에 마음과 발길 손 길이
바삐 움직여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힘이 부칩니다
동리 방앗간에는 밤이 새도록 쌀가루 빻아대는 소리가
쥔장에게는 무척 행복해 보입니다

앞집 아줌마는 새벽부터 송편을 빚으려고 빻아 놓은 쌀가루를
치대어 놓고 녹두를 갈아서 고사리 도라지 넣은 부침개 지짐이를 준비하고
곳간 열쇠를 쥐고는 출가한 딸내미 아들에게 줄 꾸러미들을 쥐었다 폈다
생쥐 드나들듯 몇번이고 곳간을 오고 갑니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다가오면 마지막 장이 서는 날
곡식들을 작은 보따리로 쌓고 쌓아서 장에 내다 팔아
필요한 추석맞이 물품을 구입하고
여름내 내 신고 다닌 남편의 구두굽을 보니 안 되었다 싶던지
구두방을 기웃거립니다
뒤를 따라오던 남편은 아낙의 고무신을 먼저 구하고 싶던지
신발가게 앞을 기웃거립니다

부부는 구두와 신발을 사 들고 단골가게인 시래기 육개장집으로 들어갑니다
두 그릇에 일만 이천 원하는 값을 치른 뒤 부부는 가득 채운 배를 움켜쥐는 듯
식당을 나섭니다
간간히 오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집으로 귀가를 합니다

집으로 온 아낙은 작은 정성을 모아 온 장보기를 꺼내어 보고 또 살핍니다
지난해엔 풍요로운 장보기가 어찌나 값이 올랐던지 사고 싶은 웃 옷 한 벌을
사서 입을 수 없었던 아쉬움으로 넋이 나간 사람으로 문밖을 바라봅니다
읍내로 시집 간 딸애가 오면 혹시라도 사 줄까? 하는 바람입니다


중추절엔
그렇게 행복하고 풍요로움으로 마음이 태평성대로 흐르는
세월이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오늘만큼은 모두가 행복하고 풍요로움으로 살고파라


2017.10.1 중추절을 맞은 밤에
홍당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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