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굼벵이
글/ 홍 사랑
꼬물꼬물 무언가
움츠리다
긴 숨 몰아 쉬며 기어간다
파릇하고 부드러운 입 맛 댕기는
배추 속으로 기어오른다
추위 느끼는 듯
움츠린 몸 더욱더
주름 잡힌 채
앞 뒤 가름하지 못하고
기어간다
피 땀흘리며 농부의 한 해농사
가꾼 정성도 모른 체
여름내내 남 모르게
낮이나 밤이나 먹어대더니
배 퉁이 태산처럼 나 뒹 굴어도
자빠지지 않고 기어오른 다
어디 가는 걸까?
고향 찾아 가는걸까?
굼벵이 외로운 모습 바라보면서
나 또한 고향 잃은 실향민 같다
배추 속 비집고 탈출하는 굼벵이처럼
오늘도 목적지 향해 달려본다
2020 11 8
굼벵이 삶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