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나 늙으면
글/홍 당
겨울 나뭇 가지 마다
하얗게 맺힌 눈송이처럼
나의 검은머리 숲을 이루던 시절
까맣게 잊힌 시간 속으로
사라지고
서릿발 같은 백발성성으로 한숨 짓게 한다
바람 불 때 마다
어깨 위로 넘나들어
살랑살랑 춤추며 휘날리던
까만머리 결
언제 그랬나 싶도록
흰 머리결 하나 둘 뽑아내다
까맣게 물 들이고서 외출할 기분이 났다
거리에 나서면
많은 사람들 시선이
나에게 멈춘 것 같아 주눅 들고
백화점 쇼핑하려면
저쪽으로 가시면
어르신 입으실 옷 많으세요
큰 소리로 떠 들어대는
밉상인
아가씨 말에
온통 눈길이 나에게 쏠리는 것 같아
쥐구멍을 찾는다
본래로 살다 떠나는
방법은 없을까
변질된 내 모습 바라본들
뾰족한 수 있을려구
스치고 흐른 세월이 한없이
노여움으로 가슴을 저리게 한다
어느 때부턴가
정수리는 뻥 뚫린 터널이 되고
이마엔 검버섯이라는
이름으로 꽃단장하고
초점 잃어 가는 두 눈엔 테 굵은
돋보기가 씌워진다
주르르 흐르는 눈물 터널은
손 수건 없이는
외출금지령을 내린다
길 가다 헛발질로 땅에 입 맞춤하니
굽은 허리 바위 같은 무거운 깁스로
삼 개월을 버텨야 한 단다
먹고 싶다 가도
눈 앞에 갖다 놓으면 입 맛 떨어지고
시큼한 것보다 단 것이 구미당 기고
한 번손 댄 음식은 두 번 찾지 않는다
한 말 또 하고
들어도 되묻고
돌아서면 언제 그랬나 싶어.
토라진다
뜬 눈으로 지새운 밤
별보다 세기힘들고
꿈꾸고 보면 기억에서 사라지고
잠자리 들고나면
소피보는일로 잠을 설친다
어쩌면
나의 모습이
부모님의 자화상 같다.
사는 날까지
그럭저럭 살아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는 것에 화가난다
2017 12 11 오후 5
늙으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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