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랑의 ·詩

메라니의 생각

洪 儻 [홍 당] 2017. 10. 17. 12:25


풀잎이 잠들어버린 가을 숲에도
낯선 손님이 하나둘씩 모여듭니다
늙어가는 계절에 기쁨이 사라진 숲에는
이름 모를 벌레들이 함께 합창을 합니다

세월은 가도 이들에게는 남모르게 슬픈 모습을
하려는 삶의 순간들로 아픔이 다가옵니다
살면서 스스로가 버틸 수 있는 하루를 누구와도 나눔 없이ㅡ
홀로 만들어가는 먹이사슬에 목을 매기도 합니다

추녀 끝 자락엔 모처럼 내린 빗물이 대롱거리다 바닥으로 낙화되어
주먹만 한 작은 샘을 만들어갑니다
아마도 동리 아이들에 발길을 기다리는지도 모릅니다
한겨울이 오면 고드름 따는 손길이 바삐 움직이는 아름다운
동심의 세계가' 펼치리라 생각이 듭니다


햇살이 좀처럼 낯을 드러내지 않는 이른 아침 공원엔
까치 부부가 노래를 부르고 이름 모를 작은 벌레들도 날름거리며
먹이를 찾아 이리저리 맴돌기를 합니다
벤치 위 참새 한 마리 쉬었다 가려해도 어젯밤 내린 빗물이
두려웠던지 뾰족한 입 맞춤으로 끝내 돌아서 날아갑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 아파트 안엔
한 두 집 불빛이 환하게 켜진 채
많은 가정엔 까맣게 보이지 않는
집안이 쓸쓸하게 남은 정적으로
주인 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아마도 고향집으로 어버이 찾아 간 추석날을 가족과 함께
귀향길로 향하는 모습이 상상됩니다
돌아오는 길엔 가득 채워진 트렁크 안이 비좁을 것 같으며
버스로 상경 하는 이들에게는 푸짐한 보따리를 만지고
또 만져보는 기쁨들로 집으로 향한 발길이
매우 가볍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번 추석나들이로 풍요롭고 부자된 느낌으로
내일로 발길을 옮겨놓습니다

이렇게 기억들을 고향길에 뿌려두고
정들었던 집과 어버이와의 짧은 이별의 시간을 뒤로한
우리들의 모습은 오늘도 추억으로 잠을 재웁니다

행복한 고향길
가서 안기고 싶었던 어머님의 품
추억을 되새기고 만남의 시간을 좀 더 일찍
느낄 수 없었던 건가를
작게는 아픔으로 크게는 보다
더 아름다운 기억으로
심어놓는 추석의 날을 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올립니다

2017.10.2 아침에
홍당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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