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사랑 삶의 야이기

모찌

洪 儻 [홍 당] 2018. 4. 26. 12:25


제목/ 모찌

글/ 홍 당


해마다 설이 다가오면
우리 친정집엔 구순이 넘으신 엄마는 신나는 날입니다

일주 일전부터 찹쌀을 준비해 두고 팥을 고으는 일로
바쁘시답니다


현해탄 건너오신 세월이

어언 칠십년이나 흘렀는데도
엄마의 찹쌀모찌 만드시는 일은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행사십니다
누가 먹던지 누구에게 갔다 주던지
관심 없지만 설이 다가 오면 열심히 만드십니다
아마도 고국이 그립다 못해 모찌만드는 일로

향수를 달래시나 봅니다


낫또도 겨울만 되면 만드시고 스시 쌓는 일도
봄만 되면 동리 아낙들에게 연수하시는 모습이

정말 당당하십니다
그것뿐인가요
우엉 심어 전수하기 연근요리도

엄마께서 전수하셨고  메밀국수도
울 엄마께서 풀어놓은 일본 음식 보따리십니다
우메보시도 알려주시고  일본 우동맛도

엄마손안에서 맛보기로 동네방네 소문냈셨죠


이방인이라는 놀림도 받았지만

순수함으로 정가는 손길이 지금은
구순이 넘은 연세에도 동리 안에서는

토박이로 인정받고 사십니다
이제 아버지 곁으로 가야 하는데

하시는 말씀이 벌써 한 해가 흘러
또다시 설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엄마에게 전화를 했어요
이번 설에도 모찌 만들 거냐고요
약방 노년아[요년]!
이제 늙었남.. 올케가 그만 두라 하네

가 좀 부탁해라 엄마가 모찌만드는 일
올해 마지막 같다고
아마도 내년엔 안 된 것 같아서 그래
흑흑흑 나는 엄마의 말씀에 하염없이 눈물이


엄마! 엄마!
내가 찹쌀하고 팥 준비해서 갖고 갈게
아무도 먹을 사람 없다 해서

케가 힘드실 것 같다고 해 말리는것같아요
엄마는 그래도 서운하 다 하십니다
모찌가 남아서 쓰레기통에 버리게 된다해도 난...
엄마의 간절한 마음을 들어드리기로 했어요
오늘 이곳 시골장나가서 팥과 찹살을 사놓았거든요


엄마께서 좋아하시는 우엉도 연근도 그리고
우메보시로 사용하는 매실장아치도

이장님 댁에서 얻어다 구했어요
내일 엄마 찾아뵙고는
해마다 엄마소원 둘째 딸이 들어 드릴 거라고

손가락 걸며 약속이라도 해드리고 싶네요


2017 12 29


'홍 사랑 삶의 야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  (0) 2018.05.02
감사한 하루  (0) 2018.04.29
  (0) 2018.04.20
짐수레  (0) 2018.04.20
일상  (0) 2018.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