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사랑 삶의 야이기

洪 儻 [홍 당] 2018. 4. 20. 09:40

제목/ 길

글/ 홍 당


가며 발길을 묶어 놓는 길이있다

일 년 내내 한 번도 빠짐없이 찾아오는 골목

두부 장수 아저씨의 목소리가 새벽잠을 깨운다

두부 사려~어

청국장도 있어~~요 어

눈이 번개같이 떠지는  행복한 노랫소리로 들린다


한 나절이 되면

골목 안에서는 동심들의 전쟁놀이가 시끌벅적하게

온 동리는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는 장소로 탈바꿈한다

앞 집 진동이도 뒷 집 광석이도  장난감 칼자루를  어깨에 메고

장수의 든든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전진하는 놀이는

추억으로  가슴에 남아 가끔 회상을 해 본다


구불구불 뚫린 길

시골장이서면 언제나 이 길로 마을 사람들은 그동안 꾸려놓았던

곡식과 채소를 싣고 서낭당 앞길에도  뒷동산언덕 위  사는 아낙도  나선다

삼짓돈 만들어놓으면 아들 딸내미들의 월사금 주고 시부모님 군것질 사고

진저리 치는 낭군님의 노름 밑천도 한몫을 한다

손발이 트도록 일구어 낸 아낙의 풍요는  언제나 이렇듯  삶이 만들어낸

작은 희망과 노력이 슬픔을 자아내기도 한다


꼬부라진  오솔길을 접어들면 산새들의 재잘대는 속삭임과

숲에서 우러나는 풀내음이 코를 자극한다

하늘은 푸르고 들녘은 온갖 생물들의 숨 쉬는 소음들로 아우성이다

작은 미물들도 꾸물대고 벌 나비도 날개 짓하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

무대에 오른다

소나무는 푸른 모습을 가꾸어 장수를 이어가고

가지마다 줄기차게 뻗어 나가는 칡덩굴도 나뭇가지를 의지하며

송송송 이파리들이 나뭇가지를 타고 오른다


한참을 가다 보니 깊은 산속에서부터 나들이하는 샘물이 흐르고 

실개천을 지나 작은 강으로 외출하고  바람이는 강둑으로 실버들 만나러 떠난다

언젠가는 강물이 바다로 향해 세계로 향한 긴 여정으로 오르겠지

나 또한 물처럼 세월 따라가는 인간의 모습으로 오늘 하루를 행복한 여정에 오른다


2018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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