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사랑 삶의 야이기

이슬 茶

洪 儻 [홍 당] 2018. 3. 31. 08:27



홍당이

어느 날 깊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짧은 햇살 모습이

지루하게 느껴지던 날이었다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아 소름이 끼쳐지는 듯

아픔으로 만들어진 듯한 바위에 걸터앉은 스님의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말을 걸기엔 너무나 적막한 순간이 흐르기에

그냥 두 눈감고 명상으로 들어갔다

아침이 떠나는 시간이라서 인지 작은 나뭇가지들

사이로 햇빛이라는 놈이 고개 들고 잔잔한 공기 속으로 스민다


이때 스님께서는

이슬을 찻잔의 담아서 마시려는 순간

홍 당에게도 권하신다

아하 차맛이 향기롭네요 답을 드리고 나서 홍 당도 차맛을 음미해보았다

일상에서 맛볼 수 없는 차맛에 이것은 신선만이 마실 수 있는 거로구나

가슴속으로 흐르는 듯 향이 짙어 마음의 진정을 만든다


이른시간인데

메마른  나뭇가지 위에 앉아서 지켜보던 잠자리한 마리

스님의 어깨 위로 날아와 앉는다

잘 잤느냐?

잠자리는 날개 치는 것으로 스님께 인사를 한다

스님께서는 손바닥을 위로 올리며 잠자리에게

오늘은 무슨 일로 왔느냐?

홍당에게 하시는 말씀 같아서 이렇게 대답을 드렸다

네예~~

네예~~

오가다가 눈길이 마주쳐서

저에게는 이제껏 살아온 터를 생각하건대

제가 설 곳이 못 되는 줄 압니다 라고



 어허

스님께서는 보살님은 잘 오셨습니다

이곳을 떠나 집으로 가시면 아실 겁니다

하고는

푸릇한 세상에 향기 나는 일상을 벗어나

지겹도록 살아온 나의 보금자리로 향했다


바로 그 이튿날이었다

대장이 헌혈을 토하고 마지막 가신 날일 줄이야

지금의 와서 생각해보니

그 순간 스님께서는

나를 눈여겨 보시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사찰이 어딘지

그 스님께서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나 같은이에게 부처의 말씀을 전하고 계실지

낮이나 밤이나 곰곰이  생각을 하는 홍당 무척 궁금하다

아침이면 이슬차 맛을 보고 싶다

한낮이 되면 잠자리와의 스님의 대화를 듣던 그 시간에 잠긴다


그것은 인간의 길을 걸어가는 참모습 같다

나의 길로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하는 길로 걸어간다


2018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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