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랑의 ·詩

아낙의 일상

洪 儻 [홍 당] 2017. 10. 19. 16:35

낡은 지붕 위에 보름달 같은 박이 둥글고 있네요
아낙은 박을 남편에게 켜 달라고 재촉을 합니다
한해를 사용할 바가지를 만들어 놓고 싶었나 봅니다


하고많은 현대판 바가지들이 시장 가면 많은데
아낙의 마음은 지금까지 살던 맛을 느끼는 일이
보다 행복하고 풍요로움을 느끼나 봅니다

텃밭엔 푸성귀들이 이른 이슬 맞은 채 시들어가다
햇살 받으니 체면에 걸린 듯 하루가 다르게 잎이 말라갑니다
앞마당엔 붉은 고추 말리기에 멍석을 깔아 놓은 채
비를 맞은 썩은 고추 고르기에 할머니는
굽은 허리를 하늘 올려다보며 잠시 펴려고 애씁니다

평생 동안 밭일과 들일로 해 뜨고 노을 지는 시간을
마다않고 된 시집살이에 어언간 팔순이 넘어서야
며느리에게 물려준 후 잦은 잡일로 하루를 보냅니다

아뿔싸!
오늘은 시댁 어르신의 제일이라고
장이서는 한낮을 이용하는 장보기를 깜빡 잊었노라고
부지런떨며 읍내로 갈 채비에 고양이 세수를 하고
아낙은 수다를 떨며 달려 나갑니다
시골은 이렇듯 지친 몸과 잠시 떨구는 행복의 시간들이
교차되는 하루하루가 정들어 갑니다

기억은 낯설지 않은 일상들을 많은 추억으로 잠을 재우고
추억으로 들어가는 일상을 아낙의 일생을 가야 하는 길이라고
운명적인 순응으로 받아들이는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또 다른 세상에 태어난다는 기다림으로...

2017. 10. 19 .오후
山蘭 메라니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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