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사랑 삶의 야이기

미루나무야[ 삶의 이야기]

洪 儻 [홍 당] 2018. 7. 21. 09:08

제목/ 미루나무야

글/ 홍당

 

아침운동 나갈 때 어제나 개천 길 뚝 옆 미루나무 한 구루가 나를 기다려준다

몇 년을 살아온  미루나무일까? 세월에 쫓기듯 장승처럼 서 있는 미루나무

궁금하고 안달이 나지만 미루나무는 좀처럼 입을 열려하지 않는다

 

천둥이 치고 먹구름이 몰려오는 장맛비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미루 나무

오 가며 미루에게 나는 말을 건네본다 하지만 묵묵히 서있는 미루는  야속도 하다

내가 이 도시에 온지가 벌써  오년이 흘렀지만 아직 미루하고 통성명을 못했다

 

나이가 들면 허리도 굽어가고 사지도 풀리고  시력도 흐릿하지만 미루는 그렇지가 않다

폭풍이 몰아치는 장마에도  빛을 발하는 얼굴을 가림 없이 햇살하고 버팀을  자랑거리로

서 있다

 

미루야!

너는 언제고 그렇게 자리 매김하고 사는 거니?

너를 보면  힘이 빠지다가도 솟아오른단다

백 년을 산 것 같아 부러움이  앞선다

좋은 음식과 약을 먹고살아도 고희가 넘으니

건강에 자신감을 잃어가는 인간의 허망한 삶이 너를 볼 때마다

당당하게 살다 떠남이 인간의 작은 희망 같단다

 

대화는 안되지만 묵묵히 서 있어 나를 바라봐주는  미루나무야

흐르는 물 따라 개천 길 걸어가는 오늘 하루도

더위를 식히는 그늘로 나에게 위안을 주어 고맙다

파릇한 이파리들이 춤을 추고 작은 가지마다 솟아오르는 듯 기운을

품어내는 미루야

언제가 보니 너에 기둥 아래로 작은 가지들이 어미따라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바둥대는 것을 보았지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흐르고 백일이 지나고 나니

잎이 나고 가지가 어미 몸뚱이를 타고

자라는  모습을 본 자연의 이치를 깨닫지 못한 나는 매우 신기롭게 바라보았지

 

오늘 하루도 미루야!

머를 보며 아침을 열고 너를 뒤로하고 내일을  품는 시간 속으로 들어간단다

 

2018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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