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19 5

고목과 나

제목/ 고목과 나 글/ 홍 사랑 퍼붓는 장맛비 속에서 고목이 쓸어져 간다 나이 들어가니 힘 못쓰는 내 모습처럼 안쓰러움으로 바라보니 어느새 나도라는 같은 생각이 든다 인생길 이 만치 다가서 있다 숲길 들어서 보면 하늘이 파랗게 고개 드는 나에게 그늘 되어주니 이만한 의지하고 싶은 지팡이도 없을 터 마냥 어린 동심의 세상을 들여다본다 한 동안 이리저리 헤매던 힘겨움도 지쳐 체념으로 발길 멈추던 순간도 나에게는 벅찬 삶의 걸음걸이 들이었다 하지만 용기는 잃지 않고 버팀 몫으로 자신감 실어보는 작은 희망 욕망은 스스로 무너지게 하지 않음을 실감한다 힘차게 디뎌보는 삶을 만드는 의지의 발길로

홍사랑의 ·詩 2022.07.19

가야 하지 떠나야 하지 라고.[ 홍 사랑 주저리]

제목/ 가야 하지 떠나야 하지 라고. 글/ 홍 사랑 한나절 더위가 극성부리는 작난에 고개 숙이고 낮잠에 잠시 깜빡이더니 바람이 놀고 간 자리엔 푸릇한 이파리 하나 춤 춘다 휘어진 다리 굽은 허리 지팡이로 의지한 채 동리 한 바퀴 돌고 나니 휘영청 밝은 달이 나를 집으로 향하게 한다 젊고 힘찬 시절들 떠나고 남은 것이라고는 힘 빠진 황소같이 갈 길 잊힘으로 헤매는 숨 쉬는 짐승으로 거듭나는 사람 냄새 담은 일상을 가슴 안에 담아둔다 집착도 없고 버려진 쓰레기처럼 나 뒹굴더니 가야 할 길 바삐 쫓기듯 애틋함만이 잠시 주춤거린다 훈계하는 스스로를 위안 삼는 말로 가야 하지 떠나야 하지라고.

여름이 늙어간다

제목/ 여름이 늙어간다 글/ 홍 사랑 여름이 늙어 간다 끓어 오르 듯 푸릇한 계절이 춤추더니 어느새 멀어져 간다 텃 밭 고추 상추도 앞 내 개울가 송사리떼도 사그라질 줄 모르는 세월 옆에 자리 하더니 노을 따라 저물어 가는 세월에게 쫓기 듯 바삐 떠난다 산 등선 너머로 초승달 지고 읍내 장이 서는 날 봄내 내 가꾸어 놓은 곡식 보따리 짊어진 채 터덜거리는 발길 지친 듯 마을 입구로 들어서는 농부의 모습 애절하다 달도 지는데 아직은 할 일 많은 듯 손 길 놓치지 않은 아낙의 먹거리 만들려 연기 피우는 된장찌개 향기 돋는 부엌엔 자식들 고개 들고 작은 창문으로 두 눈 깜빡거리다 잠이 든다 여름이 늙어가는데.

사랑하는 우리님들께!

안녕하시죠? 그러니까요 지난달 6월 9 일날 또! 무서운 꿈속에서 탈출하려다 깨고 보니 침대 아래로 낙상을 죽을힘 다 해 119 부르고 병원 신세를... 25일 날 X R 찰영 후 어깨 쇄골이 붙으면 신경 수술 들어갑니다 정겨움들로 뭉쳐진 우리님들 보고 싶어 한 손으로 두들겨 봅니다 건강 찾는 그날까지 힘들다 해도 꾹 꾹눌러 글과 안부 드리겠어요 홍 사랑 글.

조건 없는 시간

제목/ 조건 없는 시간 글/ 홍 사랑 진흙탕물이 온 천지를 덮는다 땅 위로 기어가는 버러지의 모습 버둥댄다 인간의 잔인한 모습 처절한 삶의 현장이 설 친다 법도 무시한 채 우정도 사랑도 삶의 조건 달지 않는 무능함으로 장맛비 속으로 스민다 푸릇한 이파리도 굳어져가는 고목의 실체도 한 모금의 빗물을 가슴으로 담지 못하고 이대로 살리려 하는 무책임같이 슬프다 기쁨 없는 일상 상상한 번 하고 싶다 행복하게 살다 떠나간다고. 지정되지 않은 인간의 학문을 대여하고 싶도록

홍사랑의 ·詩 2022.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