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랑의 ·詩

몰골

洪 儻 [홍 당] 2017. 9. 21. 07:32

좋은 아침시간이 흐르고 있네
백세시대가 다가온다고 뉴스에서는 왁자지껄하네
걸음걸이는 느릿느릿하고
귀는 어두워 소리질러야 들리는 듯 마는듯하고
눈은 침침해 글자가 이리저리 춤추듯 날아다니고
맛을 보려니 쓰디쓴 맛으로 입으로 수다만 떨고
팔다리는 휘청휘청 거리며 땅을 밟을 때마다
헛발질하네

몸은 늙어가는 걸까? 주름진 이곳저곳에
거미줄 치듯 늘어만 가네
생각은 하루를 시작하는지 오후가 되어해가지는지
배고프면 먹는 것 찾고 배부르면 누워있고
잠시 두 눈 감으려 하면 지난 일들이 생각 나 눈물만흐르고
먹고싶은것은 마음일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네

먹어주면 탈 나서 병원신세 져야 하고
드문드문 연락이 오는 시집 간 딸내미에게
하소연이라도 하련만 전화도 안 받네
하룻밤 자고 나면 아랫마을 윗 마을에
나이 들어간 늙은이가 떠났네
동리 사람들은 초상 치르느라
가을 것이 미룬 채 바삐 돌아가네

하늘 바라보니 파란 구름은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리저리 나의 젊었을 때의 기념사진이라도 찍는 걸까?
그럭저럭 하루는 흐르고 밤이 오니
캄캄한 방안 구석구석엔 지난 생활들로 얼룩진 물건들이
쌓여있고 벽시계는 잠들고 세월을 익힘으로 잡동산이가
하나같이 벽을 차지한 채 사진으로만 남았네

자리끼로 목을 추기다 천정만 바라보니
하염없는 눈물이 흐르네 이것이 인생일까?
이렇게 살다가는 게 운명일까?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사람은 이름 하나 남긴다는데 나는 뭐야?
우 돈지 자라 하지 않을까?
허허허 허 웃고 살아야지
남은 건 웃음뿐 억지라도 웃고 살아야지...

2017.9 21 늙어가는 슬픔 중에서
홍 당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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