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사랑 삶의 야이기

벌써

洪 儻 [홍 당] 2019. 4. 22. 16:06

나   늙으면
글/메라니



나는 요즘 

늙은 나이라는 이름하고  

씨름하며
지루한 하루하루를 지낸다



청춘이  휩쓸고 지난
끝자락에 서성이며
신이 내려 준 

과제를 풀어가며  살아간다



바람 불면 쓸어지는
고목 같기도 하고
징검다리 위  두발로 서기만 해도  
중심을 못 잡는 

허당 한 노친네 모습으로 지낸다



무엇이라도  잡고 기대고 싶은  

힘없고 의지 없는  온몸을  

지팡이라도 잡고 싶은 
스스로를 감당키 힘든 허락을   내린다



평생을 큰 바위처럼
단단하게 살았고
태양처럼 뜨겁게
삶과 전쟁하며 버티고
바람따라  세월 따라 순응하는  

우등생으로 살았다



오늘의  내 모습
얼굴엔 검버섯 꽃이 피고
얼굴에 주름진 그늘은
세계지도를 그려간다



움푹 패인  볼은
능수버들 닮아 늘어지고
두 눈엔  

검은테 돋보기가 걸쳐진다



머리는 천연염색물로
백발성성되어가고
굽은 허리  휘어진 등 

거북걸음 걷는다



세련된 옛 모습
사진첩에 저장하고
퉁명스럽게 찍은 화난 얼굴 

마지막이라는  
영정사진으로 남긴다



억지웃음 지으려고
퍽이나 애쓴  서글픈
그날에 일로  입가엔 쓰디쓴  

 미소가 흐른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때도
기사님 눈치 보고
음식점 들어가도 틀니 때문에 

고기도 멀리해야 하는 

내 처지가  안쓰럽다



젊은이와 대화라도 하려면
쌈짓돈 풀어야 하고
관광버스 타고
세상 구경하고 싶지만
순간순간  주르르 쏟아지는 
실체는  


자존심상해
누구에게도 잘못 할
시름이 쌓이는  슬픈 현실이다



내  맘 누가알까?
2019  4  22



 


'홍 사랑 삶의 야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레가 아닌 거레  (0) 2019.04.25
평정  (0) 2019.04.23
층간 소음  (0) 2019.04.22
역사는 그를 버렸나  (0) 2019.04.19
법관과 메라니  (0) 2019.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