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말복 날 이야기
글/ 홍 당
삼복중 가장 느즈막이 찾아드는 말복이다
콩국수를 만든다
엄마도 모시고 동생도 오라 하고 더워도 기분은 좋다
어제밤 서리태를 담궈놓았더니 잘 불었다
잠시 옥수수알을 한 줌 넣고 서리태를 삶는다
물을 자작자작하게 붓 고난 후 가스를 켰다
들여다보고 있어야 비린내도 안 나고
시간을 잘 맞추어야
콩국수 일품인 맛이 난다 하시는 고수엄마의 요리비결을
내리 받으려 조심조심 지켜보고 있었다
물이 거품을 내며 냄비 위로 올라온다 거의 끝에 닿을 듯할 때
얼른 불을 껐다
믹서에 갈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의 정성으로 해야 요리도 맛을 낼 수 있다는 말에
엄마께서 시집살이하시던 맷돌에 콩을 드르륵드르륵 갈았다
구수한 내음이 코를 진동시키니 한 모금 마시고 싶었다
잣을 조금 넣으라 하시어 한 줌 넣고 갈았다
점점 맛을 내는 말복날의 복다리 미의 요리가 만들어진다
오이를 채 썰고 배도 채 썰고 토마토도 잘라놓았다
얼음을 꺼내어 그릇 안에 채우고
콩 냉국수를 삶아서 올리고 차례차례로 고명을 올렸다
명품인 엄마의 내리 솜씨를 발휘한 복다리 미로 먹어보는
서리태 콩국 수말이는 어디를 가더라도 이 맛이야!
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맛있다
동생들에게 엄마의 용돈을 내라 하고 거둔 쌈짓돈
거금이 모아졌다
엄마의 얼굴엔 차디찬 미소가 흘러나오신다
빨리 집어넣으시며 고맙다 고마워!
하루해가 서산머리에 닿을 듯 넘어가는 시간
나는 차를 몰고 집으로 내려왔다
늘.. 이렇게 엄마에게 조금은 효를 한다고
당당하게 말을 하고 싶다
나도 엄마처럼 자식들에게 좋은 본을 받는 현실을 보여주고
그만한 효를 받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아들과 딸이지만 많은 사랑을 받고 살아가는 나는
오늘 하루도 주는 만큼 받는다는 효의 사랑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다
사랑한다
든든한 아들아!
고마운 딸아!
2018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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