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랑의 ·詩

2017년 9월 26일 오전 08:09

洪 儻 [홍 당] 2017. 9. 26. 08:11

꽃신 신고
족두리 쓰고 연지 곤지 찍고
시집가던 날이었습니다
이렇게 작은 꽃신 신고 시집가던 날은
하늘에 축복이었습니다
영원할 줄 아는 새색시의 희망 하나였습니다

할마시 시어머님께서는
복주머니속에 아들 딸 많이 낳으라고
대추와 밤을 가득 채워주셨습니다
시집가던 날 첫날밤이 다가오기전
시댁식구들하고 첫 인사를 나눔이라는
폐백드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르신부터 차례를 기다리고 새댁도
힘들지만 미소를 보이며 폐백을 드렸습니다
어찌나 많은 시댁 가족들임을 알기는 좀 알았지만
자정이 넘도록 해도 해도
그칠 줄 모르는 첫인사를 눈물이 나도록 치뤘습니다
이웃집 어르신께서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 하시며
아이들을 함께 인사를 했으면 어쩔까?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그러자고 몇 몇분들 성화에 못이겨 그리하기로 했습니다
어린아이들도 함께 올렸읍니다
폐백을 드리고 모든 시댁 가족님들 떠난후
시어머님은 아드님보고 이런 세상은 처음보았다 하시며
내 생전 이런 망신을 다 당하네 하시고는
뒤도 돌아 보시지 않은 채 둘째 며느리집으로 가셨습니다
새 신랑도 어머니를 따라간후 새벽이되서야
귀가를..


쪽잠을 자기는 커녕 뜬 눈으로 새운 새댁 눈물이 강을 이루었습니다
무식한 계집이라 하며 시어머님이 챙겨오신 싸리 빗자루를
새색시 머리를 마구 내리칩니다
그리고는
아침되면 친정 에미한테 가서 가정 교육을 다시 받고 오라했습니다
구름이 가리워진 방안에 홀짝홀짝 울며 빌어도 막무가내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집밖으로 두 발을 내 디디며 친정쪽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47년전 이이였습니다
이 탄은 다음호에 기재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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