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랑의 ·詩

시래기

洪 儻 [홍 당] 2017. 12. 23. 07:02


제목/시래기
글/홍 당




파란 잎 떼어내
밭 두렁에 버린 시래기가 금값으로
백화점 식품부 앞에
진열되어 얼굴을 내밀었다

누렇게 말린 시래기는 삶아서

나물거리로 팔고
소문난 대관령 음지에서 말린
파란 시래기는 고급스러운
접대로 손님을 유혹한다

밥 보다 시래기죽으로
연명하던 우리 어버이는
추억의 시래기를 보기만 해도 진저리 치신다

시골 가면
처마 끝 매달아 놓은 시래기
햇살 기대 듯 세월과 함께
또 다른 모습으로 누렇게 탈색되어
도시로 여행하는 날을 기다린다

칼슘과 비타민c가 많아
성장에도 좋고
니이든 어르신 관절에도
좋다 하니 티브이 선전에 사람이 죽고 산다

오늘 마트엘 가니
파랗게 말린 시래기가

눈길을 끈다
한 단 값은 육천 원
금값이다 하고 세 상자를 샀다
올 겨울나는데

건강식품으로 챙겨 먹으려니
몸이 거뜬한 생각이 든다

시래기 밥도
시래기나물도
그리고
시래기 북어찜도 만들고
고등어조림도 무와 함께
찜하고


사골 고아 시래기 해장국도
서민들에 애환이 담긴 요리고 보니
우리 어버이들께서는
세계적인 셰프로
거듭난 훌륭한 조리사라는 걸 자부심을 느낀다


2017 12 23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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