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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21일 오전 09:04

洪 儻 [홍 당] 2019. 1. 21. 09:06



제목/生
글/ 홍 당


어느 날 깊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짧은 햇살 모습이
지루하게 느껴지던 날이었다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아 소름이 끼쳐지는 듯
아픔으로 만들어진 듯한 바위에 걸터앉은 스님의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말을 걸기엔 너무나 적막한 순간이 흐르기에
그냥 두 눈감고 명상으로 들어갔다
아침이 떠나는 시간이라서 인지 작은 나뭇가지들
사이로 햇빛이라는 놈이 고개 들고 잔잔한 공기 속으로 스민다

이때 스님께서는
이슬을 찻잔의 담아서 마시려는 순간
홍 당에게도 권하신다
아하 차맛이 향기롭네요 답을 드리고 나서 홍 당도 차맛을 음미해보았다
일상에서 맛볼 수 없는 차맛에 이것은 신선만이 마실 수 있는 거로구나
가슴속으로 흐르는 듯 향이 짙어 마음의 진정을 만든다


이른 시간인데
메마른 나뭇가지 위에 앉아서 지켜보던 잠자리한 마리
스님의 어깨 위로 날아와 앉는다
잘 잤느냐?
잠자리는 날개 치는 것으로 스님께 인사를 한다
스님께서는 손바닥을 위로 올리며 잠자리에게
오늘은 무슨 일로 왔느냐?
홍당에게 하시는 말씀 같아서 이렇게 대답을 드렸다

네 예~~
네 예~~
오가다가 눈길이 마주쳐서
저에게는 이제껏 살아온 터를 생각하건대
제가 설 곳이 못 되는 줄 압니다 라고

어허
스님께서는 보살님은 잘 오셨습니다
이곳을 떠나 집으로 가시면 아실 겁니다
하고는
푸릇한 세상에 향기 나는 일상을 벗어나
지겹도록 살아온 나의 보금자리로 향했다

바로 그 이튿날이었다
대장이 헌혈을 토하고 마지막 가신 날일 줄이야
지금의 와서 생각해보니
그 순간 스님께서는
나를 눈여겨보시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사찰이 어딘지
그 스님께서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나 같은이에게 부처의 말씀을 전하고 계실지
낮이나 밤이나 곰곰이 생각을 하는 홍당 무척 궁금하다

아침이면 이슬차 맛을 보고 싶다
한낮이 되면 잠자리와의 스님의 대화를 듣던 그 시간에 잠긴다


그것은 인간의 길을 걸어가는 참모습 같다
나의 길로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하는 길로 걸어간다

2018 3 31
대장제일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