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사랑 삶의 야이기

해마다 [삶의 이야기]

洪 儻 [홍 당] 2021. 7. 6. 08:30

제목/ 해마다 이 맘 때면[ 삶의 이야기]

글/ 메라니

 

여름이 흐른다 어린 시절이 그립게 다가온다

엄마는 텃밭으로 바구니를 옆구리에 끼신 채 나가신다

봄에 뿌려 놓은 씨앗들이 저마다 폼 재 듯 파릇한 기운으로 하늘을 본다

엄마는 상추랑 풋고추 깻잎 그리고 쑥갓과 쪽파도 뽑고

여기저기 돋아 난 풀을 뽑아 버리신다

 

호박 서너 포기 심어 놓으시고 조석으로 물을 뿌려주시더니

어느새 애호박의 모습은

덩굴 뻗어가는 아름다움의 시골 풍경을 그림으로 자리 메김을 한다

마음 든든한 엄마는 애 호박 두 개를 따신다

 

집 안으로 들어오시더니 저녁을 준비하신다

그날은 주말이라서 아버지께서 오신다

강된장에 풋고추 썰어 넣고 대파도 송송 멸치도 몇 마리 넣고

깻잎도 잘게 뜯어 놓으신다 보글 보글거리는 소리에 입에서는 군침이 돈다

 

아버지께서 빵빵 경적을 울리시며 차를 집 앞에 세 우신다 우리 팔 남매들은

모두가 일어나서 달려 나간다 괴외 하는 큰 동생을 빼놓고는..

노을은 숨어들고 전기가 들어오니 방안은 밝고 행복의 온기들로 가득 채워진다

밥상이 들어오고 된장찌개 소리가 보글거리는 돌솥 안엔

하얀 두부가 동동 뜨는 먹음직한 그림이 눈길을 끈다

 

아버지께서는

어머니께 두툼한 봉투를 넘겨주신다

우리들은 나이 대로 줄을 선다 언니 나 남동생 쌍둥이 둘째 막둥이 여동생 남동생

눈길은 모두들 아버지 손으로 간다 아버지께서는 봉투 여덟 개를 꺼내 신다

와!와!! 한 손으로 봉투를 들고 아버지! 아버지! 감사해요

열심히 공부할게요 언니가 대표로 말을 한다

 

보글보글 된장찌개 소리에 아버지께서는 얼른 밥 먹자 하신다

엄마께서는 부엌으로 나가신다

아마도 두터운 봉투 안에 들어 있는 돈에 궁금증이 엄마를 부엌으로 들여보냈나 보다

 

식사 후

아버지께서는 차 뒷 좌석에 있는 것을 가져오라 하신다

언니와 나는 밖으로 나가서 물건을 들고 들어 온다

설탕가루 [그 시절엔 설탕 먹는 집 없었음]

피자 한 박스[미국 빈대떡이라 했음] 초콜릿

우유[분유] 햄. 닭고기 캔[간스매라고 했음]

그리고 연필과 노트도화지 학용품들을 가득 싣고 오셨다

 

무한한 행복을 느끼던 시절이 지금은 그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