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랑의 ·詩

탄생

洪 儻 [홍 당] 2018. 1. 10. 15:22

제목/탄생
글/메라니

긴 밤을
짧게 새우잠으로 채우고
백야의 신바람 나는 아침을 맞는다


이번 주부터는
운동도 하고 싶고
쇼핑도 가고 싶고
파도치는 방파제 찾아가서
나는 성공한 사람이다
소리도 들리고 지르고 싶다


척하면 삼천리 간다는
홍당의 길
상상하기 조차 싫은 부상자로
한겨울을 갇힘의 일상으로 지내다
복귀를 했으니
운명의 신은 아직은 홍당의 편인가 보다

기상하니
밖은 축복이라도 해 주는 걸까
함박눈으로 무대를 꾸며 놓았다
잘 나지도 못한 홍당을
배우로 만들기 위한 작은 정성 같다

거울 보니
가관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빛바랜 문풍지처럼
얼굴빛은 희끄무레하게
어둠을 밝히는 등불 같고
주름진 피부는
가뭄 뒤 깊이 패인 대지처럼 메말랐다

검은 눈가엔 실타래 같은
굵직한 주름들이 하나같이 줄지어
삐에로같은 분칠해 줄 것을 기다린다
차 맛으로 위안 삼으려 커피포트
스윗치를 당긴다
달콤한 향에 잠시 환희를 맛보는
순간 속으로 들어가
미련 둔 지난 일들과의 재회를 만든다

지팡이라도 짚어야 걷는
힘이 생길 것 같은데
자신감 잃고
바들바들 떨리는 두 손은
과일 깎는 것조차 버겁다

버릴 것은 버리고 담을 것은 담고
재 가동하는 일상들을
오늘부로 인사이동시키고
거물로 탄생하는 홍당의 삶을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게 열심히 살아가기로
미래로 향한 새로운 설계를 짜 놓아본다

2018 1 10 아침


'홍사랑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때가  (0) 2018.01.15
다시 탄생한다  (0) 2018.01.11
푸른 숲  (0) 2018.01.10
쪽빛 바다  (0) 2018.01.08
슬픈이야기  (0) 2018.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