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랑의 ·詩

푸른 숲

洪 儻 [홍 당] 2018. 1. 10. 08:27

제목/ 푸른 숲 같았는데
글/ 메라니


마음은 늘 푸른 숲 같았는데
몸은 망부석처럼 굳어지고
얼굴과 목덜미엔 깊고 얕은 주름으로
깊은 산 골짜기처럼 움푹 파였습니다


검푸르게 피어나는
이름도 알지 못할 점들로
온몸은 지도를 그린채
팔다리는 풀어놓은 실타래처럼
근육 없는 살들이 따로따로 움직입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어 백발성성
이름 붙고
두 눈은 시야가 흐려
검은테 돋보기로 가까운 것보다
도수가 높은 안경으로는 세상을 바라봅니다


하루에 세 번 입 안으로 넣는
음식맛을 잃은 지 십여년이 넘어도
되돌이킬 수 없는 쓴 맛은 혀를 탓합니다


시원한 물 한 모금 대신
구수한 숭늉이 좋고
매운맛보다 달달한 것이
침샘을 자극하고
자리끼는 약봉지 털어내는 불효를 합니다


눈 감으면 꿈으로
새벽을 맞지만
뜻 모를 사연들로 생각에
미치지 못한
밤의 세계를 헤매다
깨어나면 온종일 머리만 지끈지끈 아픕니다


어서 가야지
어서 떠나야지
하루하루를 세며
칠십을 살아온 날들보다
남은 시간이 얼마가 되려는지 더 지루하기만 합니다

2018 1 10 4 25
더 살면 뭐할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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