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봉숭아 물들이기
글/ 홍 사랑
해마다 여름 방학이 되면
봉숭아 꽃물 들이기 기다려지네요
손톱 위 봉숭아 꽃잎 찧어 올려놓고
아주까리 잎으로 덮고 난 후
실로 돌돌 말아 아침까지 두지요
자다가 간질간질 해서
모두 뜯어내고 아침을 맞으니
언니와 여동생 손톱은
발갛게 봉숭아 물이 들고
내 손은 달빛 아래 남겨진
아쉬운 흉터같이 희미하게 남은
그림자처럼 울음이 터지네요
해마다 방학 때 봉숭아 물들이기
하고 싶지만
아무도 내 마음 알아주는 이 없어
한없이 울었네요
선생님이 보시더니
알 듯 말듯한 궁금한 한 마디
너는 봉숭아 물 도화지 속
희미한 그림자 같네
하시며 껄껄껄 웃으십니다
마음으로는 아픈 한마디지만
내년에는 보다 말끔한 꽃물들이기로
친구들과 선생님께 자랑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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