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여름이 늙어간다
글/ 홍 사랑
여름이 늙어 간다
끓어 오르 듯
푸릇한 계절이 춤추더니
어느새 멀어져 간다
텃 밭 고추 상추도
앞 내 개울가 송사리떼도
사그라질 줄 모르는
세월 옆에 자리 하더니
노을 따라 저물어 가는 세월에게
쫓기 듯 바삐 떠난다
산 등선 너머로 초승달 지고
읍내 장이 서는 날
봄내 내 가꾸어 놓은 곡식 보따리
짊어진 채 터덜거리는 발길 지친 듯
마을 입구로 들어서는 농부의 모습 애절하다
달도 지는데
아직은 할 일 많은 듯
손 길 놓치지 않은
아낙의 먹거리 만들려 연기 피우는
된장찌개 향기 돋는 부엌엔
자식들 고개 들고 작은 창문으로
두 눈 깜빡거리다 잠이 든다
여름이 늙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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